현실의 '나'와 전혀 다른 또 하나의 '나'를 창조해 살아간다면 어떨까요. 성별도, 나이도, 피부색도, 신체조건도 전혀 다른 별개의 인격체로 말입니다. 그 별개의 '나'로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경제 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세상,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지난해 10월, 그래픽 카드 업체 엔비디아의 개발자 행사 자리.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이 기조연설에서 한 발언에 시장은 들끓었습니다.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다.(Metaverse is coming)". |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그래픽 카드 업체로,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깜짝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4차산업 시대 핵심 기업으로 꼽혀 누구나 주목하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그런 회사의 수장이 우리 삶의 미래를 메타버스로 점찍은 겁니다.
메타버스는 가상(meta)과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같은 가상 세상을 일컫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레디 플레이어 원'의 게임 세상 '오아시스'가 메타버스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가상현실(VR) 기기를 차고 오아시스 속을 누비며 악당을 무찌르죠. 현실 캐릭터 '웨이드'가 메타버스에선 가상 캐릭터 '퍼시발'로 살아갑니다.
이렇듯, 이용자들은 메타버스에서 자신의 캐릭터로 또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가상 세상에서 친구를 만나고, 얘기하고, 생산하고, 물물거래를 합니다. 영화를 보고 콘서트에 참여하고 심지어 부동산 매매까지 합니다. 그만큼 몰입도와 참여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젠슨 황의 발언 이후 여기저기서 메타버스를 언급하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미국 시장에선 그 중심에 메타버스 게임업체 '로블록스'가 있습니다.
■ 나스닥 직행한 메타버스 아이콘 '로블록스'
지난달, 나스닥에 전격 상장한 쿠팡 소식으로 국내가 한동안 떠들썩했는데요. 미 증권가에서 주목한 업체는 한 군데 더 있었습니다. 바로 쿠팡보다 하루 먼저 나스닥에 상장한 메타버스 게임업체 로블록스입니다.
로블록스는 온라인 게임이지만 좀 독특합니다. 게임 유저들이 '로블록스 스튜디오'라는 제작 시스템을 통해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게임을 이용할 수도 있고, 직접 만들 수도 있는 겁니다.
유저들은 로블록스 속 다양한 게임을 통해 다른 이들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어울립니다. 가상화폐 '로벅스'를 이용해 경제 활동도 합니다. 로블록스가 메타버스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배경입니다.
예컨대 로블록스 내에서 수년째 인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 '입양하세요(Adopt me!)'는 유저들끼리 한 가정을 이루고 성장하는 내용입니다. 유저는 '부모'나 '아이'를 선택한 뒤 가정을 꾸리게 됩니다. 이들은 함께 밥을 먹고, 놀고 얘기하며 살아갑니다. 가상 세상 속 또 하나의 가족인 셈입니다.
로블록스에 대한 참여도는 놀라운데요. 월간 이용자 수는 1.5억 명, 하루 접속자 수는 4천만 명인데, 계속 증가 추세입니다. 참고로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가 2억 명 가량입니다.
특히 로블록스 이용자의 67%는 16세 이하이고, 50%는 13세 이하입니다. 미국 Z세대의 55% 정도가 로블록스에 가입돼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로블록스 하루평균 이용시간은 2.6시간으로 유튜브의 3배, 페이스북의 7배로 추정됩니다. 미국의 미래 세대가 로블록스에 모여 있는 셈입니다.
다른 메타버스 게임으로는 '포트나이트'가 있습니다. 포트나이트는 원래는 국내 '배틀그라운드' 같은 총싸움 게임이었지만, 메타버스 시스템을 도입해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테넷'의 예고편을 포트나이트에서 상영했고, 가수 트래비스 스콧은 콘서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 코로나19 여파에 IT기술 발달로 메타버스 활성화
소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의 메타버스 참여도가 높은 이유는, 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지난해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가 메타버스 활성화에 불을 붙였습니다.
외출이 자제되고 대면 접촉이 줄어들자, 가상세상이 억눌린 욕구의 분출구로 작용했습니다. 가상 세상에서 친구를 만나고, 소통하고, 각종 사회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에 힘입어 로블록스는 지난해 코로나19 속에 매출이 되레 전년 대비 82% 급증했고, 하루 이용자 수는 80% 늘어났습니다.
또, IT 기술의 발달로 메타버스 환경이 점점 더 '진짜처럼' 보이는 점도 이용자를 끌어들였습니다. 예컨대 지난해 말 페이스북이 출시한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를 착용하면 마치 손에 잡힐 듯한 가상 세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유저가 오른손을 휘두르면, 가상 화면 속 '나'도 오른손을 휘두르는 식입니다. 지난달 이 제품이 국내 출시된 후 연달아 완판 행진을 기록한 배경입니다.
앞서 언급한 젠슨 황은 "앞으로 20년은 공상과학영화(SF)와 다름 없는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메타버스 시대, 우리의 일상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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